Integrated
Expertise
in Environment &
Energy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법률∙정책∙기술의
융합적 해법을 제시하는 자문

ELPS Insight

엘프스 뉴스

[기고] 땅 사기 전, 개발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개발사업을 앞둔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사업 아이템과 충분한 자금, 우수한 사업 추진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 땅에서 과연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가”이다. 내 경험으로는 토지를 먼저 매입한 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토지 위치나 가격, 주변 개발 정보 등을 보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토지를 매입하고 이후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면서 각종 규제를 하나씩 확인하고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바로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인허가는 단순히 한두 가지 법률만 적용받는 경우가 없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산지관리법' '농지법' '수도법' 등 토지의 입지와 개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법률을 검토해야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조례와 개발행위허가 관련 기준 등 지역별로 서로 다른 규제까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개발사업의 입지는 수많은 규제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입지 규제 여부를 토지 매입 이후에 확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상 풍력발전을 하려는 사업자가 상당한 사업성을 기대하고 주변 여건과 토지 가격을 고려해 토지를 매입한 후 사업 인허가를 신청하는 단계에 가서야 해당 토지가 특정 용도지역∙지구에 해당하거나 농지 또는 산지 전용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이다. 각 법률에서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여러 규제가 중첩되면 실제 사업 추진은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사업자는 토지를 매입한 후에야 비로소 '법적으로 가능한가'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허가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토지 매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개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계약을 되돌리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 필자는 입지 검토를 소홀히 한 실수가 수년 동안 사업 지연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발사업 추진 전에 사전 입지 타당성 검토(Pre-feasibility Site Assessment)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토지에 계획하고 있는 개발사업을 전제로 관례 법령과 조례, 환경∙재해∙농지∙산지∙도시 계획 등 각종 입지 규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사업 추진 가능성과 주요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판단하는 절차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계획하는 구체적인 개발행위와 연결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간 지도와 GIS 기술을 활용하면 상당수 입지규제를 지도상에서 중첩하여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 어떤 규제가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계획하는 사업을 이곳에서 추진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물론 이러한 검토가 최종적인 인허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허가할 수 없거나 가능성이 매우 낮은 땅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사업자에게는 매우 큰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 개발 사업은 일반적으로 ‘토지 매입→사업계획 수립→인허가 추진→규제 확인 및 해결’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사업 구상→입지 후보지 발굴→사전 입지 타당성 검토→토지 매입→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인허가 추진’ 순서로 바뀌어야 한다. 개발 사업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어쩌면 토지 가격이 아닐지도 모른다. 개발할 수 없는 땅을 모르고 사는 것, 그리고 사실을 수개월 또는 수년 뒤에 알게 되는 것이 가장 비싼 비용일 수 있다. '살 수 있는 땅인가'를 확인하기 전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인가'부터 확인하는 것, 그것이 합리적인 개발 사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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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년 수천만㎥ 버려지는 준설토, '흙'이 아니라 '돈'이다

올여름에도 전국 곳곳에서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하천 범람을 막고 저수지와 댐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준설 필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준설은 수해 예방과 수자원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공공사업이다. 하지만 준설이 끝난 뒤 남겨지는 토사는 여전히 관심 밖에 있다. 정부는 최근 순환경제를 국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며 순환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공공부문의 자원순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가 밝힌 수치는 뼈아프다. 2020년 기준 전국 폐기물 발생량 1억9000만톤 가운데 순환자원으로 공식 인정된 양은 169만톤, 전체 중 0.8%에 불과했다. 이 좁은 문을 준설토도 예외 없이 통과하지 못한 채 대부분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저수지, 댐, 항만에서는 매년 대규모 준설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 퇴적물은 연간 수천만 ㎥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상당수는 활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준설토 투기장으로 향한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설토도 적지 않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기준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재 하천법, 농어촌정비법, 항만법 등은 준설사업을 규율하고 있고, 폐기물관리법과 토양환경보전법도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준설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언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같은 준설토라도 사업 목적이나 적용 법령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성토재로 활용되고, 다른 곳에서는 폐기물로 처리된다. 결국 처리 방식이 준설토의 품질이나 활용 가능성보다 적용 법령과 행정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자는 활용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행정기관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활용 가능한 준설토도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처리단가를 감안하면 연간 발생하는 준설 퇴적물의 절반만 순환자원으로 전환돼도 처리비용만 수천억 원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순환경제를 추진하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도적 공백 때문에 버려지고, 그만큼의 비용이 고스란히 사회적 부담으로 남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른 접근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폐기물기본지침 (Directive 2008/98/EC) 제6조에 따라 시장 수요가 있고, 용도가 합법적이며, 환경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을 충족한 물질에 대해 폐기물 지위를 해제하는 'End of Waste' 제도를 운영한다. 폐기물과 자원의 경계를 조문으로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은 재활용 여부를 예측할 수 있고, 행정기관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해양 분야에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준설물질을 해수욕장 양빈이나 연안 복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같은 토사라도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되면 충분히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해양 분야에 머물러 있을 뿐이며 하천과 저수지, 댐에서 발생하는 준설토까지 포괄하지는 못한다. 기후변화로 하천 관리와 홍수 예방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준설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준설토를 어디에 버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안전하게, 그리고 얼마나 경제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준설토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된 관리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오염도와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품질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준설토는 순환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개별 법률에 흩어져 있는 관리기준도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버려지던 예산도 아낄 수 있다. 순환경제는 폐기물을 많이 재활용하는 정책이 아니다. 자원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안전하게 다시 쓰는 사회 시스템이다. 준설토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는 준설토를 폐기물로 볼 것인지, 순환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것이 순환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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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쓰레기산은 왜 사라지지 않나…부실 수사가 키우는 '폐기물 범죄'

최근 공영방송 저녁 뉴스는 충남 아산의 한 공장 부지에 대량의 폐기물이 불법 투기된 ‘1만 톤 쓰레기산’ 실태를 보도했다. 형사판결에 따르면, 불법 투기 조직은 2021년 단 73일 만에 약 1만1000톤의 폐기물을 이 공장에 쏟아부었다. ‘마스크 공장’을 하겠다며 토지를 임차한 뒤 전국 각지에서 폐어망과 폐합성수지, 폐건축자재 등을 조직적으로 실어 나르고 투기한 것으로, 총책, 배출자, 브로커, 임차인, 운반기사 등이 역할을 나눠 범행한 조직형 환경범죄였다. 가담자들에게는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임차인과 운반기사 등 겉으로 드러난 실행자들만 처벌하는 데 그쳤다. 폐기물이 어디에서 배출돼 어떤 경로로 이동하여 투기된 것인지, 폐기물을 배출한 자와 중간 알선책인 브로커 등 '몸통'은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법 폐기물 처리 책임의 소재와 범위를 둘러싼 행정·민사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범행에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토지를 임대한 토지 소유자는 5년째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 사건만의 일이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19년 전수조사에서 확인한 전국 쓰레기산은 235곳, 약 120만3000톤이었다. 이를 계기로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어 불법 폐기물의 처리책임이 크게 확대되었지만, 2024년 7월까지 확인된 쓰레기산은 493곳, 184만5000톤으로 크게 늘었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에서는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부터 위탁자, 배출자, 관여자, 교사·협력자, 권리·의무 승계인, 토지 소유자 등 불법 폐기물에 대한 조치명령 대상자를 9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다른 대상자들은 자신의 행위에 따른 책임을 지는 반면, 토지 소유자는 적법하게 토지를 임대하였을 뿐 폐기물 발생에 아무런 책임이 없더라도 조치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인 선의의 토지 소유자들이 그동안 받은 임대료는 물론 토지가액의 몇배, 많게는 수십 배에 이르는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25년 선량한 토지 소유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조치명령 대상자들의 우선순위를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 등을 1순위로, 위탁자, 사업장폐기물배출자, 관여자 등을 2순위로, 토지 소유자를 3순위로 해 조치명령을 발령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순위 규정은 선순위 대상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와 위탁자, 배출자, 관여자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1·2순위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결국 책임은 3순위인 토지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만다. 따라서 불법 투기 발생 초기부터 범죄의 전체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폐기물 불법 투기는 배출·운반·투기의 각 단계에서 여러 시·도와 수사 관할을 넘나들며, 조직폭력배와 브로커 등이 결합한 전국 단위 조직범죄로 진화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기관은 대개 폐기물이 발견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다. 관할 밖을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고 환경범죄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개별 경찰서가 전국 각지에서 연쇄적으로 불법 투기를 벌이는 조직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동일 범죄조직이 벌인 여러 사건을 하나로 묶어 전체 가담자를 규명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적발된 실행자만 기소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꼬리'만 잘리고 '몸통'은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범죄로 얻는 이익이 처벌의 위험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쓰레기산이 반복되는 경제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6년 경기 파주지역 쓰레기산 사건에서는 광역수사권을 가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여러 건의 불법 폐기물 투기 사건을 동시에 수사해 동일 범죄조직의 소행과 폐기물의 전국적 이동 경로까지 규명했다. 그 결과 다수의 가담자가 처벌되었고, 피해자인 토지 소유자도 피해를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아산 사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가 이루어졌고 현장에서 적발된 자들을 처벌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수법의 범죄라도 수사의 관할과 전문성이 사건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환경 분야에도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환경범죄 합동전문수사팀처럼 전국 단위 수사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폐기물 불법 투기가 전국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를 빠르게 적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수사체계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은 폐기물 불법 투기를 한 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지우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선의의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연결해 범죄조직의 전모와 수익구조를 밝혀야 불법 투기의 경제적 유인을 끊을 수 있다. 전국을 무대로 한 조직범죄는 전국을 아우르는 수사체계로 대응해야 한다.   기사 전문 보기

엘프스 뉴스

환경 실무에도AI 시대… 환경법령 검토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활용 확산

생성형 AI가 환경관리 업무에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환경·에너지 전문 자문그룹 엘프스(대표 박상열)는 지난 10일 울산지역환경보전협의회 회원사의 환경관리 실무자를 대상으로 ‘AI 융합을 통한 사업장 환경 준법관리 효율화’ 특강을 실시했다. 특강에서는 엘프스 박준수 이사가 환경법령 검토, 통합환경허가 관리, 환경보고서 작성 등 환경관리 실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특강은 실제 업무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통합환경허가서 분석, 환경법령 비교, 자가측정 데이터 분석, 지도·점검 대응, 환경보고서와 소명서 작성 등 환경관리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이어 사업장별 활용 방안과 도입 시 유의사항을 두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교육에 참석한 실무자들은 자가측정 데이터 분석, 지도·점검 대응 등 현장 부담이 큰 업무를 중심으로 도입 방안을 질의했으며, 반복 업무를 줄이면서도 검토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박 이사는 “AI는 담당자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주는 도구”라며 “환경관리 업무는 법적 책임이 따르는 만큼 최종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분야에서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환경관리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엘프스는 ‘환경 분야에 특화된 AI 기반 준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환경법규 모니터링, 영향 분석, 준법 진단, 문서 작성 등을 지원해 기업의 환경 컴플라이언스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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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산 개발 종료지, '상처난 땅'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국적으로 석산(산림토석 채취지)의 허가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복구 대상지가 급증하고 있다. 석산 개발 허가 건수는 800건을 넘었고, 면적은 5000ha를 초과하며, 복구를 위해 예치된 비용만 해도 2조원을 넘는다. 이러한 석산은 국내 골재 수요의 34% 이상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동시에 환경 훼손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채취가 끝나면 원래 형태의 산지로 복구하는 것이 최선이고 가장 바람직한 마무리라는 원칙 위에 서 있다. 과연 복구가 최선인가?   문제는 복구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대상은 많아졌는데, 현장은 현행 복구제도를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철저히 복구할 대상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지형이 완전히 바뀐 땅을 되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 복구를 마친 뒤 개발을 위해 땅을 다시 파헤칠 경우 이중의 시간과 비용 및 공간적 낭비가 발생한다. 이제는 환경·복구 중심 관점을 뛰어넘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지역 발전을 위한 ‘활용’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할 사회적 시점이다.   실제로 석산 개발 종료지는 산업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이미 형질변경이 완료되어 기반 도로가 갖춰져 있고, 대규모 독립 공간을 확보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신규 부지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산림 훼손을 예방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굴착된 공간을 활용하는 위생매립시설, 대규모 유휴부지를 쓰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보안과 넓은 땅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등이 대표적인 잠재수요로 보인다.   국내외적으로 폐석산을 위생매립시설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관광시설 등으로 재탄생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문경시 위생매립시설은 신규 매립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에 민간 석산을 복구하지 않고 공공 개발한 우수사례이다. 포천아트밸리는 폐석산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관광 명소이다. 익산 황등석산의 경우 현재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채석장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영국의 에덴프로젝트(Eden Project)나 캐나다의 부차드가든(Buchart Garden)은 채석장 부지를 세계적인 식물원·정원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에는 에코파크가고시마 산업폐기물 매립지처럼 폐석산을 활용한 여러 사례가 있다.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현행법상 복구 전 산지전용 허가를 받는 경우 복구가 면제된다. 산지전용 허가를 받는 데 최소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민간 사업자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채취 허가 시 복구계획서 외에 차기 용도를 담은 ‘산지활용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산지전용 허가에 소요되는 행정 절차 기간을 보장하는 ‘산지복구 유예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복구 면제에 따른 복구비 반환 등 사업자 특혜 논란과 주민 반발 및 환경 안전성 우려는 철저히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협력·관리하는 SPC(특수목적법인) 구조의 개발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한다. 사업자의 공익적 기여를 명확히 제도화하고, 공공성과 투명성 및 지역 상생의 원칙을 담보한다면 주민 수용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는 한정되어 있다. 진정한 복구란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바뀐 지형 위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미래 산업의 기반을 심는 창조적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석산 개발 종료지를 ‘상처가 난 땅’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보는 정책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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